2016-09-12 | 난자를 냉동하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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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를 냉동하고 싶어요!
ㅊ병원은 2016년 2월에 서울역에 여성의학연구소-난임 센터를 개원하였습니다. 37난자은행이라는 즉 37세 이전에 난자를 보관해 난임에 미리 대비하게 하는 시설이 있는 것으로 관심을 끌었습니다. 즉 임신, 출산 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여성들이 미리 임신능력이 좋은 난자를 동결 보존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암환자들이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 전에 향후 임신을 위해서 난자를 냉동하도록 하였으나 최근에는 여성들이 사회 진출이 늘고, 학업과 직업 상 경력을 쌓기 위해 혹은 다른 이유로도 결혼이 점차 늦어지면서 늦은 나이에 불임을 대비하여 난자 냉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초기 난자 냉동을 하기 시작 하였을 때는 정자에 비해 냉동 과정이 까다롭고 해동 시 생존율도 낮아서 동결 후 다시 해동하였을 때 난자가 생존할 확률이 40-60% 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유리화동결법이 도입되면서 난자의 생존율이 80-90% 가까이로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난임을 주로 진료하는 양방 산부인과 의사는 “난자 냉동은 어리면 어릴수록 좋다고, 20대에 난자를 냉동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라고, 늦어도 35-37세 이전에는 난자 냉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합니다.
저는 한의사입니다. 아무래도 한의사는 가능한 자연에 가깝게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살려고 합니다. 음식도 제철 음식을 주로 먹고 자연에서 바로 채취하고 가급적 가공이 되지 않은 형태로 먹고자 노력하고, 지기(地氣)를 받겠다고 마당은 없더라도 아파트에 살 때 반드시 5층 이하,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1층을 선호합니다. 그것은 엘리베이터를 탈 필요가 없고, 누가 시끄럽다 할 아래층 사람들이 없다는 것도 큰 이유입니다. 이런 한의사라서 그런지 하물며 임신이라는 것에 대해서야 말해서 무엇 할까요. 시험관 아기 시술은 난임 해결에 있어서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게 됩니다. 가급적, 가능한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임신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돕고 싶은 심정입니다.
두바이에 거주하는 40대 중반의 환자가 내원하였습니다. 환자는 그 곳에서 일하고 있는 미혼 여성이었습니다. 현재 결혼하려고 하는 남자들은 있으나 마음을 결정하지 못하였고, 난소 기능이 이미 저하되기 시작한 상태여서 난자 냉동을 문의하였습니다.
세포적인 차원에서 보면, 수정란의 질 차원에서 보면 확실히 젊을 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난자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자보다는 난자가 나이가 듦에 따라 염색체의 변이가 생길 확률이 높고 질이 저하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령 임신의 위험성은 임신에서 단순히 수정 가능한 난자가 확보되느냐 아니냐 와는 별도로 존재합니다. 즉, 자궁은 난소보다는 노화의 정도가 덜하고 여성 호르몬만 외부에서 공급해준다면 내막이 증식, 탈락할 수 있어서 임신과 임신 유지가 가능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결국 난소에서 나오는 호르몬이 자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질 좋은 수정란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착상률이 젊은 여성과 같다고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고령 임신에서는 임신성 고혈압성 질환, 임신성 당뇨병, 조기 진통, 태반 병변, 난산 등의 여러 가지 합병증의 위험도가 증가합니다.
온 몸으로 임신하여 출산을 하는 것입니다. 태내 환경이라고 하는 것은 곧 엄마의 몸 전체가 직접,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공간인 것입니다. 자궁만 있다고 임신, 출산하는 것은 아닌 것입니다. 모체(母體)가 충분히 건강한 상태에서 태아가 10개월 동안 자리 잡고 자랄 수 있는 건전한 토대가 마련되는 것입니다.
암에 걸렸다거나 하는 부득이한 경우에 난자를 냉동하여 불임을 대비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동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난자만 냉동하면 언제든 임신, 출산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여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미혼 여성들이 난자 냉동 센터에 가는 것이 당연해진다면 뭔가 단단히 잘못된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보다는 임신에 최적인 연령에, 임신과 출산과 양육이 가능한 세상이 되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닐까요.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느라, 임신·출산에 최적으로 젊고 좋은 꽃다운 시절은 다 흘려보내고 이제 어느 정도 살만하고, 경제적 여력이 생긴 이후에야 임신을 하겠다고 난자를 미리 보관하고, 그 보관된 난자를 이용하여 시험관 아기 시술로 아이를 낳겠다는 선택이 당연시되는 사회는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미국의 기업인 ○이스북, ○플에서 “난자 얼리고 경력을 살리세요!”라고 난자 냉동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하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는 두 기업의 정책이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경력 단절’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자손을 낳고 세대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여성들의 경력 ‘단절’이 아니라 임신 출산에 소모되는 시간이 여성에게 뿐만 아니라 남성, 또한 사회 전체적으로 충분히 가치 있고 누구나 필요한 시간으로 인식되고 보장되어야 합니다. 앞서 나가는 IT 기업에서의 복지 사업이 이런 방향이라면, ‘여성은 업무 차질이나 경력의 단절 때문에 일부터 먼저 하고 나중에 임신 출산을 하라’는 인식을 확산 시킬 수도 있을 것 같아 염려스럽습니다.
차라리 임신 육아 휴직을 철저히 보장하고, 난임을 겪는 여성이 있다면 난임 치료 비용에 지원을 할 뿐 아니라, 난임 여성이 치료를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난임 휴가를 지원해주거나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줄여주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될 주체인 우리 여성들이, 적어도 임신, 출산을 원하는 여성이라면 보다 현명한 시각을 가지고 인생의 계획을 미리 그려보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임신과 출산은 다른 어떤 것보다 “때”가 중요하고, 그 때는 유한하며 가장“적시(適時)”가 있는 것임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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