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05 | 난임부부에도 정부가 관심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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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사랑하고 연애한 지 1년도 안 돼 결혼을 했다. 아이를 좋아했고 무엇보다 신랑 닮은 아이를 빨리 갖고 싶었다. 평소 생리주기가 불규칙해 산부인과를 찾았는데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인한 난임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희영(32, 가명) 씨는 결혼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이를 기다리며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난임으로 정신적 경제적 어려움을 안고 사는 이희영 씨를 만난 건 부부의 결혼 5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달 21일. 이 씨의 직장 인근 카페에서 그녀를 만나 난임부부가 겪는 고충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면서 정작 아이를 낳고 싶어도 못 낳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국가가 신경을 덜 쓰는 것 같아요. 난임가정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엄청난 비용부담을 감수하며 아이를 갖기 위해 치료를 받고 있거나, 혹은 치료비가 없어 아이를 포기하는 이들 가정에 대해 지원이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결혼 후부터 모 시중은행 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희영 씨는 결혼 전에는 한 번도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본 적이 없다가 결혼하면서 산전 검사를 처음 받았다. 산부인과에서는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것 말고는 큰 이상은 없고, 결혼 당시 살이 찐 상태라 살을 좀 빼고 피임약을 1년 정도 먹으면서 생리주기를 우선 맞추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이 씨는 “처음에는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게 아닌데 1년 동안이나 피임약을 먹으라고 하니 답답해서 다른 병원을 찾았는데 그곳에서도 똑같이 진단을 내렸다. 하는 수 없이 1년 넘게 처방에 따라 약을 먹었는데 차도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씨는 진료를 잘 본다는 다른 병원을 수소문해 방문했다가 그 곳에서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생리주기도 안 맞는데다 배란도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의사의 권유로 약을 복용한 뒤 다시 검진을 받았는데 ‘다낭성난소증후군’(난소 안에 배란이 되지 못한 난포가 10개 이상 보이는 경우를 말하며 무월경과 생리불순을 동반하며 배란이 불가능해지므로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이라는 진단이 내려진 것. 이 씨는 “의사 선생님이 일반 병원에서는 치료가 좀 힘들 거 같으니 불임병원을 가보라고 했다. 결혼 후 2년 반 만에 그 얘길 듣고, 그제야 ‘내가 불임이구나’ 깨닫고 불임전문 병원에 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가게 된 불임병원에서도 ‘다낭성난소증후군’ 판정을 받았다. 그 소식에 이 씨는 서글프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임신이 안 되는 이유를 알게 돼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이 씨는 “그동안 ‘왜 임신이 안 될까? 생리주기가 안 맞아서 그런가?’ 이런 고민들을 하며 ‘네가 아니면 남편이 원인일 수도 있다’는 주변 얘기에 남편도 검사를 받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는 걸로 나왔다. 그런 뒤엔 모든 것이 내 탓인 것 같아 혼자 고민하고 남편에게 짜증도 많이 냈다”고 털어놨다.
병명을 알고부터는 본격적인 치료에 들어갔다. 병원 갈 때마다 한 번에 3일 분씩 난포를 키우는 주사약을 처방해 줬는데, 3일에 한 번씩 가서 경과 살펴보고, 집에서 혼자 배에 주사 놓기를 수개월 동안 했다.
4회 차 주사를 맞을 무렵, 이 씨는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주사로 안 되면 바로 시험관시술을 해야 한다는 얘길 들었다. 이 씨는 “보통은 주사→인공수정→시험관시술 단계를 거치는데 인공수정이라는 게 배란이 돼야 가능한 거라 내 경우는 인공수정을 해도 결과가 똑같다고 했다”며 “그래서 시험관을 해야 하는데 어떡하겠냐고 물어보시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가 않아 망설여졌다”고 토로했다.
현재 정부는 난임 진단을 받은 전국가구 월평균소득 150%이하인 가구(2인 가구 맞벌이 부부 기준으로 직장건강보험료 납부 금액이 16만 5233원 이내)에 대해 인공수정 시술비와 체외수정(시험관아기) 시술비를 지원하고 있다. 인공수정의 경우 1회에 50만원(기초생활보장수급자도 동일) 씩 총 3회까지, 체외수정 시술비는 1회 180만원(기초생활보자수급자는 300만원) 씩 4회까지 지원한다. 서울 강남구의 경우에는 체외수정 시술비를 5회차에 100만원을 추가 지원하고 있다.
반면 인공수정에 소요되는 비용은 50만원~100만원, 체외수정에 들어가는 비용은 300~400만원 선. 정부지원금을 뺀 나머지 비용은 매번 고스란히 환자들의 몫이다. 이마저도 횟수 제한이 있어서 지원 횟수 안에 임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그 뒤로는 시술비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인공수정과 체외수정 시술비 외에 기본 검사비 등은 지원이 전혀 없는데다 보험적용마저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부에서 아무리 지원해준다고 해도 한 번에 몇 백만 원이나 하는 비용을 감당하는 건 큰 부담이에요. 비용이 많이 드는 시험관이나 인공수정을 하기 전에 든 비용만 따지더라도 한 번 병원 갈 때마다 3회 분 주사비용 9만원, 초음파 4만원, 소소하게 들어간 진료비 포함해 7~8개월 동안 진료 받느라 1000만 원을 들였어요. 그 이전에 다른 병원에서 진료 받은 것까지 하면 더 많고요.”
이 씨는 다행히 4회 차 주사를 맞은 후에 임신이 됐다. 임신이 되고 나서 병원에서 유산가능성이 있으니까 몇 주 쉬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휴직계를 내고 3주를 쉬었다. 그런데 회사 복귀하는 날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갔더니 아기 심장이 안 뛴다는 소리를 들었다.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그렇게 9주 만에 아이를 잃었다. 계류유산으로 수술을 받은 후 반년 동안은 모든 게 무기력해져 병원 진료를 받지 않았다. 그러다 몸의 기능을 좀 회복하는 게 우선인 것 같아서 지난해 봄부터 꾸준히 한방병원을 다니며 다이어트도 하고 부인과 진료도 받고 있다. 당분간은 약을 먹으며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에 주력할 계획이다.
임신을 위해서는 가급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하는데 업무적으로나 여러모로 스트레스를 받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씨는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인데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면 집에서 쉬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 현실적으로 맞벌이는 직장을 쉽게 놓을 수도 없는데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난임가정에 휴직 등을 제대로 쓸 수 있게 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제 경우에도 스트레스 때문에 남편과 협의 하에 직장을 그만두기로 했는데 경제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며 “넉넉한 살림이 아니다 보니 한 사람 수입으로는 병원비는커녕 생활비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없던 일로 하고 다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를 낳으면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들 하는데 지금 제 상황에서는 아이를 갖는 것부터가 돈이 많이 들어가니까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걱정이에요. 우리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너무 커서 돈이 얼마가 들어가든 성공만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막상 치료를 시작하긴 했는데 좀 힘이 들긴 하네요.”
이렇듯 지금 이 씨 부부에게는 경제적인 걱정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부에서 체외수정 시술비를 전액 지원해준다고 하면 지금이라도 시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시험관 시술을 계속 받았더라면 임신보다는 병원비 때문에 더 허우적거릴 것 같다. 아마 대부분의 난임가정도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장 클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이 씨를 남편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남편은 아이에 대해 조급해 하지 않는 편이어서 아이가 안 생기면 안 생기는 대로 우리끼리 재미있게 살면 된다고 한다. 가족들도 남편도 부담을 주진 않지만 스스로 부담을 느끼고 조급해 하는 편이다. 10년씩 고생하다 임신한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아이를 낳게 된다면 아들 둘, 딸 둘 이렇게 네 명을 원한다는 이 씨. 그녀는 자신과 같이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말을 전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이라는 질환은 열 명 중 한 명이 가진 흔한 질환이라고 한다. 병원에서도 이제 불임이라는 표현대신 난임이라고 하는 것처럼 임신이 안 되는 게 아니라 어려울 뿐인 거다. 다들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기운내자고 말하고 싶다.”
끝으로 정부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는데 우선적으로 아이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좋겠어요. 임신 전부터 힘들게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어 가는데 이 부분에 대해 정부가 지원을 제대로 해준다면 신체적, 정신적 부담은 본인이 감수하더라도 경제적 부담은 덜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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