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15 | 난임이 문제가 되나요, 셋째까지 낳을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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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
셋째까지 낳을 거에요!
둘째가 잘 생기지 않는 속발성 남임은 별개로 하고요... 우리 병원을 찾는 난임 환자분들은 제가 간혹 “몇 명까지 낳고 싶으세요?”라고 물어보면 “아이고... 한 명이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되요.”라고 대부분 말씀하십니다.
젊은 부부가 찾아왔습니다. 두 분 다 아담하고 순수한 인상의 다정한 부부였습니다. 내원 당시 부인은 32세, 남편은 31세로 비교적 상당히 젊은 연령이었습니다. 그런데 결혼은 약 2년 6개월 전에 했고, 그 이후로 아이를 원하여 피임 없이 적극적으로 임신을 시도했고 그간 화학적 유산으로 추정되는 생리를 3회 정도 경험했다고 합니다. 결혼 후 1년이 지나자 두 분 모두 양방 산부인과에서 불임 검사를 시행했고, 다른 요인은 다 정상적이었으나, 부인의 난소기능이 30대 후반, 즉 본인의 연령보다 대략 9-10세 노화된 수치를 보인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양방 산부인과에서 권하는 데로 인공수정을 3회 시도하고 실패 하여 바로 시험관 시술을 4회 시술하고 모두 임신 결과가 없어 그 길로 한방 병원에 내원하게 되었습니다. 부부의 젊은 나이에 비해 수정란의 개수는 1-3개 밖에 되지 않았고, 4차 시험관 아기 시술 때는 수정란의 질이 좋지 않아 이식을 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이 부부의 특이한 점은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부부 모두 흡연 음주를 하지 않는 건전한 분들이었고, 부인은 일본에서 한국의 남편에게 시집 온 일본인 새댁이었습니다. 창백하고 여리 여리하게 청초한 얼굴의 부인은 불임 스트레스가 매우 심한 상태였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30대 초반이라면 난임 환자들 중에서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매우 많고, 기회가 많은 경우입니다. 양방의 검사 결과나, 이미 시행한 난임 시술 결과는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았지만, 처음 상담에 주로 아직은 매우 젊다! 심지어 남편은 더 젊다! 그리고 이전에 양방 시술 전에 자연임신으로 추정되는 일들이 있었다, 자연 임신의 가능성은 있다고 설득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형적으로 몸이 차고 기운이 없고 기혈(氣血)이 잘 순환되지 않는 전형적인 소음인(少陰人) 여성이어서 마음을 편히 갖고 노력해보시기를 권고하였습니다. 한약도 잘 드시고 매주 약침 치료도 잘 오시기를 한 달이 되었을 때, 임신이 확인 되었습니다. 예상보다 너무 이른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고 안태약(安胎藥)을 드시면서 건강한 임신을 유지하도록 하였습니다.
2년이 지난 가을, 두 분이 건강한 아드님과 이젠 셋이 되어 다시 찾아오셨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요.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행복하고 감사한 때는 우리 환자분들이 건강하게 출산을 하시고 아이를 기르는 기쁨과 사랑을 느끼신다고 하실 때입니다. 어찌 오셨나 하니, 건강한 아들을 자연분만하시고, 모유 수유를 1년간 잘 하고 그 이후로 1년간 둘째를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소식이 없어서 다시 계획 임신을 해보시고자 내원하셨다 합니다.
“아이를 셋 낳고 싶어요, 특히 딸을 원해요!”라고 하셔서 함께 크게 웃었습니다. 요즘에는 딸을 유독 원하는 환자분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그럴 때면 제 개인적 상황을 빌어 딸 기운 듬뿍 드린다고 농을 합니다. 암튼 셋을 낳으려면 둘째부터 낳아야 하니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생리 주기는 첫 아이 임신 전보다는 며칠 짧아져서 24-25일이지만 규칙적이었고, 특별한 몸의 이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첫 아이 임신 전에도 마른 체형이었는데, 모유 수유 후 체중이 임신 전보다 오히려 더 줄은 상태였고, 자궁이 한 번에 생리혈을 잘 짜 내주지 못하고 혈을 잘 잡아주는 섭혈(攝血) 기능이 약한 상태라 생리 후에도 갈색 출혈 분비물이 좀 오래 나왔습니다. 그래서 출산 상황을 자세히 여쭤보니 첫아이 출산 후에도 출혈이 멈추지 않아 수혈도 받고 고생하셨다고 합니다.
한 자리에서 진료한 기간이 길다보니, 첫 애도 함께 준비해 낳고, 둘째도 준비하러 오시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첫 아이 때 난임 기간도 길고 겪어온 상황도 험난하였으나, 첫 아이를 잘 낳고 나면 둘째는 임신이 수월하고, 치료 기간도 짧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처럼, 첫 아이를 잘 낳았지만, 양육하는 과정에서 미처 회복이 잘 되지 못하거나 오히려 출산 이후에 몸이 허약해지는 경우에는 둘째 낳기가 힘들고 치료 기간이 길어지게 됩니다. 속발성 난임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분께 다소 치료기간이 오래 걸릴 수 있을 수 있음을 설명하고, 느긋하게 준비하기로 하였습니다. 치료 이후 생리 주기가 26, 27일로 길어지는 주기가 생겼고, 치료 4개월 이후에 임신을 확인하였습니다. 또 안태약을 드시며 건강한 임신 유지를 기약하였습니다.
칼럼을 쓰다 보니 궁금해져서 좀 쑥스럽지만 오랜만에 전화로 안부를 여쭤보았습니다. 작년 말에 건강한 공주님을 출산하셨다고 합니다. 우하하! 만세~! 행복합니다.
저는 여러 가지로 힘들고 어미인 제가 잘 못해 미안스럽지만, 그래도 아이가 많아 행복합니다. 아이마다 다르게 부모를 닮아 나오고 다르게 기쁨과 사랑을 줍니다. 대한민국은 저출산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환자분들은 나라에서 완전 도움을 주고 포상을 해줘야 하는 분들입니다. 안 낳고, 아니 못 낳는다고 하는 아이를 어떻게든 건강하게 낳아보려고 애쓰시는 분들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국가적인 차원은 둘째 치고, 아이가 여럿이면 좀 더 복잡하고 힘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삶이 가족이 여러모로 풍요로워 집니다.
기운내세요. 둘째도 셋째도 낳을 수 있어요. 우리 남매를 낳으신 저 분들이 셋째를 준비하러 오실 날이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