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14 | <임신준비> 운동을 꼭 해야만 하는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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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
남녀 공학 중학교를 다녔습니다. 남녀 합반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여자와 남자가 분리되어 여자는 가정 가사를 배우고 남자는 기술을 배웠었습니다. 2개의 반이 그 과목의 수업을 할 때만 합해져서 남녀가 나뉘어 수업을 받은 것이었지요. 초등학교 때는(그때는 국민 학교였습니다.) 그렇게 분리되어서 공부를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중학교가 되어 그런 상황을 맞닿게 되니 쉬이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느낌이 생생합니다.
즉, 그 무렵이 여자로서 초경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아! 뭔가 달라졌구나 싶게 성차(性差)를 체감하게 되는 것도 있었는데, 그 당시 경험하는 사회-학교에서도 여자, 남자를 사회적으로 구분 하는구나 라는 자각이 생겨난 것 같았습니다. 더욱이 체육 수업 시간에 가끔 남학생들은 축구를 하고 여학생들은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그들이 축구하는 것을 멍하니 보며 수다 떠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게 되자, 나는 뭔가 굉장히 당황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우리 여자애들도 체육 시간이라고 체육복을 챙겨 와서 귀찮게 갈아입기까지 했는데, 기껏 운동장에 나갔더니 선생님께서 오늘은 축구~! 라고 하시고, 축구는 당연히 남자애들만 뛰고 여자애들은 스탠드에 삼삼오오 몰려 앉아 쉬거나 수다를 떨거나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굳이 여기서 남녀 차별을 얘기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여학생들은 중학교 때부터 벌써 운동에서 소외되거나 소극적인 자세가 당연시 될 수도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제 이런 생각을 최근 광고에서 똑같이 표현한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주, 소름이 끼치게 제 생각을 담겨져 있던, 생리대 ‘위○○’ 광고였습니다. 사춘기가 되어도, 그 시기에 상관없이 여전히 럭비도 농구도 축구도 하고 싶은 여학생들에게 어른들은 “좀 더 여성스러운 것을 하라, 여학생들에게는 적절하지 않다”며 운동을 멈출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이었지요.
광고의 메시지는 “여성스럽게” 운동을 멈추지 말고 무엇이든 가능하니 하고 싶은 운동을 계속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광고의 배경으로 나온 여학생들은 서양의 여자아이들이었습니다. 하물며 남녀 성차가 거의 없다는 서구에서도 이럴 진데... 유교 문화권의 우리나라에서야 어떻겠습니까...?
진료실에서 무슨 운동하세요? 라고 물으면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이 운동할 시간이, 여력이 없어서 못하거나 아니면 원래 운동을 너~무 싫어하기 때문에 운동을 안 한다고 답합니다. 걔 중에 난임 기간이 길었던 분들은 요가나 필라테스 등의 운동을 주 2-3회 한다고 합니다. 물론, 척추를 곧게 바로잡고 전신이 이완이 되는 요가운동은 난임 환자들에게 추천할 만합니다.
그러나 임신의 전 과정, 즉 임신시작부터 안전한 임신 유지, 출산까지 이후의 기간에 고루 가장 도움이 되는 운동은 전신운동인 걷기입니다. 걸어야 산다는 말이 있듯이 걸어야 임신을 할 수 있고, 걸어야 아기를 낳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 걷기인가하면, 걷기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몸을 완전히 들었다 놨다 해서 움직여가는 운동이라 전신이 고루 쓰입니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시대다보니, 얼마나 단위 시간당 칼로리 소모량이 많은가로 효율적인 운동을 따지곤 합니다. 자전거 운동이 걷기보다 칼로리 소모가 훨씬 많다고 하지만, 실제로 운동을 해보면, 걷기가 더 힘들게 느껴집니다. 또한 자전거 운동은 몸을 안장에 고정시키고 다리를 회전시켜서 가는 운동이 주축이 됩니다. 즉 몸이 앞서가는 수평적 선상에서 고관절의 회전으로 이동만 되고, 걷기에 비해서는 축이 고정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걷기는 전후좌우(前後左右) 몸의 축이 고정됨이 없이 공간을 이동해서 몸의 각 조직이 고르게 쓰여 집니다. 또한 가장 주동 관절이 역시 고관절로, 골반과 다리가 결합한 관절인 고관절의 운동으로 걷게 됩니다. 해부학적으로 여성의 생식기관인 자궁과 난소, 나팔관은 움푹한 그릇과 같은 골반 바닥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골반저(骨盤底)의 근육과 인대들이 자궁과 난소, 난관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것이지요. 이 근육, 인대들이 튼튼해야 결국 생식기로의 기혈 순환이 잘 되고 그러해야 생식기관의 기능이 잘 발휘될 수 있습니다.
임신이라는 것이 활기(活氣)가 필요한 것임은 너무도 자명(自明)하지 않습니까? 내 자궁이라는 밭에 생명을 심어서 살려 기르는 것이 임신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의 몸을 조금이라도 더 활기가 넘치는 상태로 만들어야 이제껏 가능하지 않았던 임신이 앞으로는 이루어질 것입니다.
많은 환자분들이 운동을 하지 않았지만, 그 싫어하는 운동을 하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임신이 가능한 몸으로 바뀌어서 자연 임신, 혹은 양방의 시술이 성공하여 임신을 경험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임신은 가능했었지만, 그 임신을 지켜내지 못해 유산, 조산으로 아기를 잃은 분들이 사실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 분들이 건강한 임신을 준비하면서 운동을 해서 다시 임신했을 때는 유산하지 않고 출산까지 이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자궁내막증, 근종 등의 종양으로 인해 수술을 해서 복강, 골반강 내 유착이 있거나 골반염 등으로 인해 자궁외임신의 과거력이 있는 경우, 자궁무력증 등의 장기 무력이 있는 경우는 특히나 더 걸어서 더 골반저(骨盤底)의 모든 조직, 장기를 튼튼하게 만들어 놓아야겠지요.
우리 몸 밖에 있는 근육은 쉽게 보이고 움직일 수 있어서 근육을 기르고 강하게 만들기가 수월합니다. 몸 안에 들어있어서 보이지 않고 가늠할 수 없는, 가장 대표적인 근육 주머니가 자궁인데, 자궁의 근육조직들은 그것이 건강하게 튼튼한지 잘 알 수가 없습니다. 어떤 종류의 혹이라도, 어쨌던 혹이 있다면 자궁의 건강 질(質)이 일단 떨어지는 것으로 봐야겠지요. 어혈(瘀血)을 잘 풀어내지 못하고 옹이가 졌다는 것이니까요. 결국, 막연하지만, 상체 하체 근력운동 하듯이 자궁, 난소를 둘러싼 골반 관절을 기계적으로 많이 움직여주는 것이 건강한 임신과 임신 유지를 위한 가장 근본적이고도 중요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순산에도 더 유리하겠지요.
항상 환자들과 나누는 말이 있습니다. 저도 이 나이에도 잘 못하는 것이지만, 내가 싫은 것을 참고 먼저!하면 결국은 득이 된다! 왜 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납득하면 덜 싫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싫더라도 임신, 출산으로 가는 여정에서 우리 환자분들이 고생하지 않기 위해서 오늘도 걷기를, 오늘도 운동하기를 독려해봅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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